[통영트리뷴=편집부] 매년 6월 15일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제정된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6월 한 달을 집중 추진기간으로 정해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노인학대는 더 이상 일부 가정의 불화나 남의 집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무거운 숙제가 되었다.
흔히 노인학대라고 하면 신체적인 폭행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학대예방경찰관(APO)으로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보이지 않는 곳이 더 시퍼렇게 멍들어 있다. 폭언과 무시, 협박으로 삶의 의지를 꺾는 정서적 학대부터, 당연히 누려야 할 식사와 병원 진료를 막는 방임, 심지어 어르신의 소중한 연금이나 재산을 가로채는 경제적 착취까지 그 유형은 실로 다양하고 교묘하다.
특히 노인학대의 가장 아픈 단면은 가해자의 대부분이 배우자나 자녀 같은 ‘가족’이라는 점이다. 피해 어르신들은 “그래도 내 자식인데 어떻게 신고를 하느냐”며 가슴을 쥐어뜯거나, 집안의 부끄러운 일이라 여겨 고통을 온전히 혼자 감내하곤 하신다. 그 결과 학대는 오랜 기간 음지에서 반복되며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사실은 노인학대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별난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신고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자식이니 참고 살아야지’라고 말씀하셨지만, 학대는 참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오리혀 침묵이 학대를 더 깊게 만들고 피해를 장기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만약 평소와 달리 갑자기 사람을 피하며 위축되어 있는 어르신이 있다면, 혹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가 반복해서 보인다면 한 번쯤 따뜻한 눈길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는 생활고를 호소하면서도 정작 그 이유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 역시 주변의 관심이 시급하다는 조용한 구조 신호일 수 있다.
노인학대는 단순한 ‘가정사’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이자 심각한 인권침해다. 그렇기에 피해 어르신을 찾아내고 보호하는 일은 경찰이나 특정 기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담장 안의 비극을 멈추기 위해서는 이웃의 예리한 시선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절대적이다.
주변에서 노인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하신다면 망설이지 말고 112나 노인보호전문기관(1577-1389)으로 전화를 주시길 당부드린다. 신고자의 신원은 법적으로 철저히 보호되며, 신고 즉시 관계기관이 함께 동행하여 어르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나선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구어낸 주역들이 바로 우리의 어르신들이다. 이번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우리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으면 한다. 거창한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안부를 묻는 말 한마디, 평소와 다른 기색을 눈여겨보는 작은 관심이다. 노인이 존중받는 사회는 결국 먼 훗날 우리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때다.
통영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학대예방경찰관(APO) 경감 진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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