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첫인상을 3초 만에 결정하는 ‘얼굴’과 같은 중요한 요소가 기업이나 기관, 자영업을 불문하고 이름을 내세우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것. 바로 ‘간판(옥외광고)’이다.
철저히 ‘잘 보여 지기 위한 목적으로 있는’ 간판이지만, 역으로 간판의 지나친 노출경쟁은
관련 법령 위배는 물론 주변 환경까지도 손상시키고 있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는 환경
공해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반인에게는 조금 생소한 국가공인자격증인 '옥외광고사자격증' 취득을 돕는 학원이 부산에 있어 찾아가 보았다.
부산 사상구 모라역 4번 출구 앞에 위치한 ‘부산 옥외광고사학원’.이 학원의 주인공은 ' 소현준' 원장이다.
소현준 원장은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간판들은 거리질서와 가로 정비를 위해 법제화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보니 3년 전부터 준비해 옥외광고사 자격증을 땄다.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곤 서울에 있는 학원이 유일해 부산에 있는 학원생들이 서울까지 올라오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2014년 8월에 창업을 하게 되었다"며 처음 학원 설립 동기를 먼저 이야기
했다.
그는 옥외광고(간판)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거리제한과 간판사이즈,
간판의 개수 등 도시미관적인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간판의 ‘안전도’라고
말한다. 즉, 기본적인 풍압력과 광원, 조도 등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어려운 경기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을 하는 일이 빈번해 ‘간판업만 호황을 누리는 것 아니냐’ 라며 쉽게 말하기도 한다며 아쉬워 한다. 하지만 간판업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며, 넉넉한 자본금을 가지고 저렴한 가격에 결과물을 제공하는 대형 간판업소에 고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소 원장은 "이 분야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며 "전망 있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기존 동네 간판집들이 큰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업체에 휘말리고 있다. 하지만 유통구조를 개선해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성공적인 간판업자로서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소 원장이 꼽은 옥외광고업계의 또 다른 변화가 기존에는 분리되 있었던 인테리어와 전단지, 판촉물 업무까지 간판업자들이 같이 하고 있어 영역간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경기가 어렵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전 같으면 외주를 주던 일을 모두 떠안고 가는 추세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마저도 옥외광고사 자격증이 없으면 간판업의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그 전까지는 ‘신고제’로 실시되어 창업이 자유로웠던 이 업계는 2003년 옥외광고협회의 주도로 ‘옥외광고사’라는 시험제도가 생긴 이후 점진적으로 국가공인자격증으로 변모했다.
응시자의 평균연령은 40대 전후이며 거의가 실무에 능한 CEO들이다. 요즘은 컴퓨터그래픽에 능숙한 사람들도 많지만, 옥외광고사라는 직업이 디지털만이 아니라 아날로그 형태의 작업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보니 실기에 대한 숙련도가 필수적이다.
실질적으로 이러한 점을 학원에서 보완하지 않으면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많은데, 이에 대해 소 원장은 "베테랑 운전기사가 운전면허시험에서 떨어지듯,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제공하는 학원의 노하우로 인해 학원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시험 5일~10일을 남겨 놓고 학원의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도 많고, 저역시도 지방에 출장강의를 다니며 간판하시는 분들과 함께 현장에서 배우고 있다. 수강생들도
만학의 열정을 태우다보니 그런 가장의 모습을 보며 가족들이 즐거워한다는 뿌듯한 소식도
들려와, 새삼 교육 사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험은 1년에 2회에 걸쳐 5월과 10월에 치러지는데, 법규, 디자인, 경관, 설계시공 등의 4과목이 각 과목당 20문제가 출제되며, 40점미만의 과락된 과목 없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된다.
오전은 2시간에 걸쳐 필기시험을, 오후는 2시간 30분에 걸쳐 ‘작도시험’이 치러지는데, LED간판의 규격이 주어지면 정면도, 의장도, 측면도, 평면도를 그려내는 시험이다.
응시자의 수는 매해 총 1,000명 정도가 시험에 참가해 27%의 합격률을 보이는데, 독학으로
응시하다 낙방한 재수생, 삼수생 등이 학원으로 대거 모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한다.
2014년 8월에 설립, 2015년 5월에 처음으로 자격증시험을 치룬 이곳 부산옥외광고사학원은 최초의 학원이 서울에서 개강된 이래 전국에서 2번째로 개강한 학원이다.
지난 그동안 치러진 자격증시험에서 많은합격자를 배출하는 성공적인 성과를 이루어 냈다.
이에 대해 그는 "관련법이 강화되고 제대로 된 광고법 안에서 일을 하려면 옥외광고사자격증을 따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격증 없이 일 하시는 분들이 많다.
현 시점은 광고업을 하시는 50세 이상의 기성세대들이 자녀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비교적 수강생이 적은 편이지만, 앞으로는 법이 강화될 추세여서 긴 안목을 내다보고 부산 유일의 학원을 설립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평소 지방상권 활성화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진 소현준 원장은 그간 중소상인들도 혁신적인 마케팅기법을 개발한다면 대기업과 싸울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지고 끊임없이 마케팅기법을 연구하고 시도해 왔다고 한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도시미관을 해쳐왔던 간판이었지만 법에 의해 가로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진 안전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꿈꾸는 것이 목표이다. 국비지원을 받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옥외광고사에 대한 바른 인식이 정착되고 확대되어, 저렴한 비용으로 자격증을 취득하여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진솔한 한마디를 남겼다.
간판이 넘쳐나는 세상. 더 안전하고 더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꿈꾸는[부산옥외광고사학원]의 발걸음에 주목해본다.
김대용기자(kdy6944@hanmail.net)